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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t/Art Critic

The Sound of Memories – Han Jin,《Black Ice》Exhibition

 

 
The Sound of Memories – Han Jin, 《Black Ice》 Exhibition
Black Ice
Dec. 20. 2018 - Jan. 05. 2019
Gallery Chosun

Written by Nayeon Gu (Art Critic)


What silk of time’s sweet balm
Where the Chimera tires himself
Is worth the coils and natural cloud
You tend before the mirror’s calm?*1



At Han Jin’s solo exhibition 'Black Ice', her brush strokes caught my eyes. The infinite layers stemming from a repetitive behavior seem to reflect the artist’s inner world. Her brush strokes form certain status via linear entanglements of thoughts, which is somewhat different from those tensions easily found in expressionism art. It is very personal, and it creates a scene of artist’s very dense private realm. We do not know the context that underlies the scene. A scene is abruptly presented to us without any context being explained. However, the interesting point is that such scene unexpectedly elicits memories within us.
 
The very acts of remembering and forgetfulness underlie our conscious minds. We fight against forgetfulness in order to remember and battle over memories in order to forget. Regardless of whether it is a pure memory or a forgotten thought, a piece that is firmly placed within the conscious mind becomes a current state of mind via Han Jin’s art. I have once referred to such aspect of her work previously. In her current exhibition, I pose a question regarding what meaning her persistent actions casted upon the canvas creates, as opposed to focusing on the very attractive moment when her depicted scene draws us nearer to a profound moment.
 
The repetitive behavior, which forms the essence of her artwork, embodies certain rhythm. However, it is not that of a normal sound, but rather a low-pitched voice which could be heard better as time passes by. The moment when it becomes most audible is when the depicted landscape intersects our own individual memories. For instance, in <Inner Side of the Wind #1>, the dry winter grassland flows along with the repetitive phrase (ostinato) reaching out for the dark bluish water pond. At the core of the scene, deep down, there flows the nature of life that cannot be easily comprehended nor anticipated.
 
Her landscape does a great job in attracting the audience’s attention, not just because the scenery is something ‘they have seen’, but also because it elicits the feelings ‘they have felt’ in the past. It calls upon the fractured pieces of experience, which lack any context. The language Han Jin deploys vibrates somewhere in between words and song. It stands somewhat transparently distanced similar to the work <A Remotely Standing Wall #7>. This sense of distance is restrained as opposed to eliciting passionate emotions. The texture of the painting embodies the moistness of the memories.
 
The Was in Sorrow in a Soft Air series present the movement depicting various overcoming of unexpected challenges we face in life throughout the passage of time. The artist chooses to eliminate darkness in order to depict light by constant layering of pencil strokes, which eventually resembles the militant movement toward light. Han Jin’s artworks continuously strive to overcome by preserving and sealing a remembered memory via depicting it as a landscape, similar to an outcry after a prolonged restrained silence.
 
Just as if we can never despair only within the bounds of overcoming, experience continuously challenges us. Han Jin’s artworks actively place the lost melodies or sounds into relevant contexts, thereby presenting a scene. Her works elicit a sense of déjà vu by tying the knots of relationships. Additionally, the works arouse our awareness that her rather mundane and indifferent landscapes embody infinite cycle of nature’s birth and death. In short, her painting is about finally coming to an acknowledgement of the essence of the nature, while being constantly challenged by estranged life.




*1 Stéphane Mallarmé, 「What Silk....」, 『Poésie』, Translated by Hyun-San Hwang, Moonji Publishing Company, p. 121.
 
 


 
 
기억의 음향 - 한진, 《흑빙》
2018. 12. 20 - 2019. 01. 05
갤러리 조선
글. 구나연 (미술비평)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키메라가 거기서 스러지는데,
거울 밖으로 그대가 펼쳐내는
이 물결치는 천연의 구름을 당하랴!*1
 
한진의 전시 흑빙》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그의 붓질이다. 수도 없이 바복된 그 행위의 흔적은 분명 화가의 내면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한진의 붓질은 표현주의의 팽팽한 긴장과는 달리 사유의 세포처럼 평등히 얽히며 어떠한 상태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내밀한 화가의 기억을 고치와 같이 빽빽이 둘러싸며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장면의 플롯을 알지 못한다. 한 장면이 맥락의 선 상을 뛰쳐나온 듯, 알 수 없는 상황을 아우르며 우리 앞에 툭 던져진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마주하게 된 장면이 우리의 기억을 불쑥 일깨운다는 점이다.
 
기억과 망각은 천칭 위의 등가물처럼, 우리의 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 기억하기 위해 망각과 싸우고 망각하고 싶어 기억과 다툰다. 그것이 순수한 기억이건, 망각된 사유이건, 의식의 이면 속에 자리한 어느 파편이 한진의 장면으로 인해 현재가 된다. 나는 오래전 그의 이전 작업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한진의 작업이 어느 장면과 밀착되며 우리를 끌어들이는 그 매혹적 순간보다, 화면을 이루는 그의 끊임없는 행위가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그의 회화를 만들어내는 반복적 행위는 분명 어떤 리듬과 운율을 지닌다. 그러나 이는 화성적 음향이 아닌, 어느 낮은 음성처럼 아주 멀리서부터 점점 가까이 들려온다. 이 음성이 가장 크게 들리는 순간은 그가 그린 풍경이 점차 다가와 우리의 개별적 기억과 마주하며 교차될 때이다. 예컨대 <바람의 안쪽 #1>에서 마른 겨울 풀밭은 반복 악구인 오스티나토(ostinato)와 같이 흐르며 검푸르게 고인 물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화면 중심의 구멍, 그 심연의 아래에는 알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삶의 속성이 흐른다.
말하자면, 그의 풍경은 보는 이의 시선을 잡아당기는 특성이 있는데 그것은 비단 재현된 풍경이 '본 적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 아니라,  '느낀 적이 있는' 감정을 수렴해 가기 때문이다. 이는 맥락 없이 떠도는 경험의 파편에 대고 조용히 이름을 부른다. 그러나 한진의 작업이 가진 언어는 말과 노래의 중간에서 파동하는 이미지의 상태로, <저만치 벽 #7>과 같이 투명한 거리를 두고 서 있다. 이 거리감은 격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냉담할 정도로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흘러내리는 물감의 질감을 통해 기억의 습윤을 유지하고 있다. 
 
<부드러운 대기 속에서 슬퍼했었네> 연작은 삶의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속성과 그 가운데 우리를 미끄러지게 하고 넘어지게 하는 살얼음의 갑작스러운 타격에 대한 극복의 율동이 나타난다. 그는 빛을 그리기 위해 어둠을 쌓는 방식을 선택하는데, 어둠을 칠하기보다 어둠을 쌓아 가는 거듭된 연필의 운동은 거대한 군무를 그리며 빛으로 나아간다. 숨죽였다가, 절벽한 심정으로 터져 나오는 '눌함(吶喊)'과 같이 한진의 작업은 기억의 잔향을 어느 풍경으로 보존하고 또 봉인함으로써 극복의 사유에 다가간다. 
 
극복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절망할 수 없듯이, 경험은 늘 우리의 손에서 미끄러진다. 한진의 작업은 이렇게 떨어지는 선율, 잃은 음향을 필선의 음표 안에 넣은 뒤, 그것으로 한 장면을 펼쳐 놓는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우리의 기시감을 일깨우며 관계의 매듭을 지어가는 것과 더불어, 그가 재현한 일상적이며 무심한 어느 풍경이 기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그의 회화는 알 수 없는 흑빙으로 어긋난 삶의 방향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자연의 문법을 아프게 삼키는 태도이다. 
 
 
*1. 스테판 말라르케,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시집」 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p.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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